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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생돌쭌
신록 - 서정주 어이 할꺼나 아, 나는 사랑을 가졌어라 남몰래 혼자서 사랑을 가졌어라 천지엔 이미 꽃잎이 지고 새로운 녹음이 다시 돋아나 또 한 번 날 에워싸는데 못견디게 서러운 몸짓을 하며 붉은 꽃잎은 떨어져 내려 펄펄펄 떨어져 내려 올해도 내 앞에 흩날리는데 부르르 떨며 흩날리는데 아, 나..
청 춘 (靑 春) 따스한 볕 이불 삼아 풀요 위에 누웠으니 작은 새는 노래하고 가는 바람 키스한다 무심한 저 구름은 쉬어갈 줄 모르는가...........
내 사랑을 바칩니다/ 리처드 W. 웨버 그대가 내 인생에 가져다 준 그 조화로움에 내 사랑을 바칩니다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을 이해해 주고 그대가 내게 가져다 준 수많은 미소에 내 사랑을 바칩니다 내 마음에 가져다 준 기쁨과 나를 부드럽게 감싸안는 그대 포옹에 내 사랑을 바칩니다 그대가 내게 가져..
누군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박제천 안개꽃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안개꽃 뒤에 뒷짐을 지고 선 미류나무도 내게 말을 걸어왔다 그 들판에 사는 풀이며 메뚜기며 장수하늘소도 내게 말을 걸어왔다 나도 누군가에게 그 말을 옮겼다 반짝이는 창유리에게, 창유리에 뺨을 부비는 햇빛에게 햇빛 속의 따뜻..
행복/ 천상병 나는 세계에서 제일 행복한 사나이다. 아내가 찻집을 경영해서 생활의 걱정이 없고 대학을 다녔으니 배움의 부족도 없고 시인이니 명예욕도 충분하고 이쁜 아내니 여자 생각도 없고 아이가 없으니 뒤를 걱정할 필요도 없고 집도 있으니 얼마나 편안한가. 막걸리를 좋아하는데 아내가 다 ..
나를 멈추게 하는 것들 / 반칠환 보도블록 틈에 핀 씀바귀 꽃 한 포기가 나를 멈추게 한다 어쩌다 서울 하늘을 선회하는 제비 한두 마리가 나를 멈추게 한다 육교 아래 봄볕에 탄 까만 얼굴로 도라지를 다듬는 할머니의 옆모습이 나를 멈추게 한다 굽은 허리로 실업자 아들을 배웅하다 돌아서는 어머니..
선암사/ 정호승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로 가서 실컷 울어라 해우소에 쭈그리고 앉아 울고 있으면 죽은 소나무 뿌리가 기어다니고 목어가 푸른 하늘을 날아다닌다 풀잎들이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주고 새들이 가슴 속으로 날아와 종소리를 울린다 눈물이 나면 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