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생돌쭌
누군가내게 말을 걸어왔다 본문
누군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박제천
안개꽃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안개꽃 뒤에 뒷짐을 지고 선 미류나무도 내게 말을 걸어왔다 그 들판에 사는 풀이며 메뚜기며 장수하늘소도 내게 말을 걸어왔다 나도 누군가에게 그 말을 옮겼다 반짝이는 창유리에게, 창유리에 뺨을 부비는 햇빛에게 햇빛 속의 따뜻한 손에게도 말을 옮겼다 집도 절도 차도, 젓가락도 숫가락도, 구름도 비도 저마다 이웃을 찾아 말을 옮겼다 새들은 하늘로 솟아올라 그 하늘에게, 물고기들은 물밑으로 가라앉아 그 바닥에 엎드려 잠자는 모래에게, 아침노을은 저녁노을에게, 바다는 강에게 산은 골짜기에게 귀신들은 돌멩이에게 그 말을 새겼다 빨강은 파랑에게 보라는 노랑에게, 슬픔은 기쁨에게 도화지는 연필에게, 우리집 예쁜 요크샤테리어종 콩지는 접싯물에게, 태어남은 죽음에게 그리고 나는 너에게. - 시집 ‘나무사리’ 중에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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