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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いいぶんしょう)

어떤깊이

고운남 2010. 1. 8. 12:00

 

  

 어떤 깊이

 

                              _  권현형-

 

      목포항 홍탁집 떄 낀 통유리로

      내다보이는 저녁 눈발은 참 무량하다

      아득하다

      가까운 바다의 배들은

      순한 마소떼처럼 묶여있고

      눈이 내리자 눈발 흩어지듯

      나이 든 남자들이 헤쳐모여

      두셋씩 찾아와 탁주로 목을 적신 후

      여주인에게 자꾸 방석을 내민다

      빈자리에 앉았으면 좋겄소, 그러면

      앉지는  않으면서, 그라지요 그라지요

      맨 얼굴로 몇번이고 같은 답을 주는

      홍탁집 여자의 눈망울처럼 콧망울처럼

      눈은 동굴게 무심하게 내려 쌓인다

      푹 익은 몸의 사타구니 냄새랄지

      약간 군내가 나면서도 향그러운

      몸의 깊이를 들락날락 넘나들듯

      눈발 부딪는 나무문이 열렸다 닫혔다

      조금 맵싸한 바깥바람을 묻혀가며

      홍탁의 시간을 익히고 있다 삭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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