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생돌쭌
어떤깊이 본문
어떤 깊이
_ 권현형-
목포항 홍탁집 떄 낀 통유리로
내다보이는 저녁 눈발은 참 무량하다
아득하다
가까운 바다의 배들은
순한 마소떼처럼 묶여있고
눈이 내리자 눈발 흩어지듯
나이 든 남자들이 헤쳐모여
두셋씩 찾아와 탁주로 목을 적신 후
여주인에게 자꾸 방석을 내민다
빈자리에 앉았으면 좋겄소, 그러면
앉지는 않으면서, 그라지요 그라지요
맨 얼굴로 몇번이고 같은 답을 주는
홍탁집 여자의 눈망울처럼 콧망울처럼
눈은 동굴게 무심하게 내려 쌓인다
푹 익은 몸의 사타구니 냄새랄지
약간 군내가 나면서도 향그러운
몸의 깊이를 들락날락 넘나들듯
눈발 부딪는 나무문이 열렸다 닫혔다
조금 맵싸한 바깥바람을 묻혀가며
홍탁의 시간을 익히고 있다 삭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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