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생돌쭌
수통컵의 미학(美學) 본문
라면·커피 끓이기 등 만능 … 디자인 미학도
밀리터리 룩과 서바이벌 게임이 유행한다. 군생활의 향수란 공감대가 깔려 있을 것이다. 난 병정놀이는 좋아하지 않지만 군용품에는 관심이 많다. 극한상황에 놓일 가능성을 생각해 만든 물품들엔 인류 역사를 통해 터득한 온갖 지혜들이 담겨 있다. 지혜의 핵심은 단순함과 견고함이다. 군더더기 없는 기능의 완결, 변함없는 내구성. 이것이 내가 군용품을 좋아하는 이유다.
활용빈도가 높은 미 군용 수통 컵이 있다. 원래 수통과 한 세트이지만 수통 사용할 일은 거의 없으므로 컵만을 사용한다. 무게를 최소화시킨 무광택 스테인리스스틸의 재질감과 강도는 써 볼수록 감탄하게 된다.
야전에서 뒹굴며 사용해야 하는 용도를 생각하면 알루미늄은 너무 무르다. 찌그러져 빠지지 않는 컵은 무용지물이 된다. 만든 사람은 실전의 경험으로 터득한 적용의 우선순위를 멋지게 마무리해 놓았다. 군용품은 언제 어디서든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 극한상황에 대처하는 인간의 생명과 관계된 물건이기 때문이다.
난 여러 나라의 군용 수통 가운데 미국제를 최고로 친다. 완벽한 기능과 어우러진 날렵한 디자인, 얄밉도록 정교한 비례의 안정감 때문이다. 아울러 그 자체의 조형미로 우뚝한 물건. 용도를 바꾼 군용품이 새로운 용도를 찾았다. 수통 컵을 여러 개 사서 물건을 담아 두거나 꽃병으로 사용하는 변용. 물건 자체가 내뿜는 네오 클래식의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남자의 애정표현 방법이다.
안락함과 거리가 먼 나의 여행에서 이 수통 컵은 위력을 발휘한다. 아침에는 물을 담아 이를 닦는다. 점심시간엔 라면을 끓이는 냄비가 된다. 작업을 위해 모래를 퍼내야 할 땐 부삽으로 변신한다. 늦은 밤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는 데에도 한몫 한다. 간단한 도구의 활용으로 비일상의 하루는 여유롭다.
제조시기에 따라 수통 컵의 손잡이 디자인이 각각 다르다. 난 플라스틱 수통이 보급되기 직전 만들어진 후기의 철사 손잡이 디자인을 가장 좋아한다. 남대문 시장을 뒤지면 상태 좋은 수통 컵은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 쓰임새를 찾는 일은 각자의 상상력이니 마음껏 발휘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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