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생돌쭌
법정스님 입적 본문
법정스님 입적에 붙여....
어제 미디어를 통해 법정스님의 입적소식을 접하고
한참을 멍하니 있었습니다.. "법정.法頂" 법정이란 법명만큼이나
자기자신에게 철저하셨던분 제도권에있는 불교의 모든직을 버리고 오직홀로 정진하신분
법정스님을 처음접한건 80년대초 20대의 청년시절 "서있는 사람들"이란 수필집을 접하고
눈이번쩍.머리속이환해지는 느낌을 받았었다
그뒤"무소유" "산방한담"등을 통해 삶에대한 잔잔한 기쁨을 알았고 책내용을 중얼거리며
편지나 일기에 많이인용했던 기억이나는군요
스님이 강원도화전민의 폐가에 홀로사시면서 새벽잠에서 깨어나면 국민학교시절 장애인 엿장수를 괴롭였던
생각에 가슴아파하던 얘기....속세의 엄마가 아들보고싶어 절에다녀간뒤 속세의인연과 스님의신분사이의 번민으로 밤을세운얘기....
셈터의 고.정채봉선생님이 돌아가신날 감정을자제해야하는스님의신분으로 표현을못하고 산속으로 향하는차안에서
눈물로운전을 못해 갓길에 세워야했던얘기..등등
청소년시절 스님의 글을 통해 엄청난 도움을 받았습니다
오늘아침 서재에서 스님의 책을 꺼내보니 10여권이되더군요
스님이처음 글을 쓰시게된계기는 합천해인사시절 팔만대장경을 구경했냐고
묻는스님에게 "아! 그 빨레판 같은거요?"라는 어떤아주머니의대답을듣고
아무리 좋은글도 모르는 사람에겐 빨레판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고 난 뒤부터라네요
그이후로 스님은 수필을 통해 어려운 불교경전을 누구나 알수있도록 쉬운글로 번역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그중에서 스님의초창기글인 "서있는사람들.산방한담.버리고떠나기"는 요줌은 보기드문
세로서체로 되어있어서 세월의 흔적이 느껴집니다
책과는 거리가멀던 저에게 신간을 찾아 책방을 뒤지게만들고
불교를 어렴풋이 알게만드신분.....
내일 송광사 다비식이 끝나면 스님은 더이상 뵐수가 없겠지요
살아생전 친견한번 못했지만 글을 통해 늘 곁에머무시던 스님을 떠나보내면서
사이비불교신자이자 스님의독자였던 고운이가 마지막인사드립니다
"나무관세음보살" "나무관세음보살"
2010.3.12
-이해인 수녀님의글-
법정 스님께
언제 한번 스님을 꼭 뵈어야겠다고 벼르는 사이 저도 많이 아프게 되었고 스님도 많이 편찮으시다더니
기어이 이렇게 먼저 먼 길을 떠나셨네요.
2월 중순, 스님의 조카스님으로부터 스님께서 많이 야위셨다는 말씀을 듣고 제 슬픔은 한층 더 깊고 무거워졌더랬습니다.
평소에 스님을 직접 뵙진 못해도 스님의 청정한 글들을 통해 우리는 얼마나 큰 기쁨을 누렸는지요!
우리나라 온 국민이 다 스님의 글로 위로 받고 평화를 누리며 행복해했습니다.
웬만한 집에는 다 스님의 책이 꽂혀 있고 개인적 친분이 있는 분들은 스님의 글씨를 표구하여 걸어놓곤 했습니다.
이제 다시는 스님의 그 모습을 뵐 수 없음을, 새로운 글을 만날 수 없음을 슬퍼합니다.
'야단맞고 싶으면 언제라도 나에게 오라'고 하시던 스님. 스님의 표현대로 '현품대조'한 지 꽤나 오래되었다고 하시던 스님.
때로는 다정한 삼촌처럼, 때로는 엄격한 오라버님처럼 늘 제 곁에 가까이 계셨던 스님.
감정을 절제해야 하는 수행자라지만 이별의 인간적인 슬픔은 감당이 잘 안 되네요. 어떤 말로도 마음의 빛깔을 표현하기 힘드네요.
사실 그동안 여러 가지로 조심스러워 편지도 안 하고 뵐 수 있는 기회도 일부러 피하면서 살았던 저입니다.
아주 오래전 고 정채봉 님과의 TV 대담에서 스님은 '어느 산길에서 만난 한 수녀님'이 잠시 마음을 흔들던 젊은 시절이 있었다는
고백을 하신 일이 있었지요. 전 그 시절 스님을 알지도 못했는데 그 사람이 바로 수녀님 아니냐며 항의 아닌 항의를 하는 불자들도 있었고
암튼 저로서는 억울한 오해를 더러 받았답니다.
1977년 여름 스님께서 제게 보내주신 구름모음 그림책도 다시 들여다봅니다.
오래전 스님과 함께 광안리 바닷가에서 조가비를 줍던 기억도, 단감 20개를 사 들고 저의 언니 수녀님이 계신
가르멜수녀원을 방문했던 기억도 새롭습니다.
어린왕자의 촌수로 따지면 우리는 친구입니다.
'민들레의 영토'를 읽으신 스님의 편지를 받은 그 이후 우리는 나이 차를 뛰어넘어 그저 물처럼 구름처럼 바람처럼
담백하고도 아름답고 정겨운 도반이었습니다. 주로 자연과 음악과 좋은 책에 대한 의견을 많이 나누는 벗이었습니다.
'…구름 수녀님 올해는 스님들이 많이 떠나는데 언젠가 내 차례도 올 것입니다.
죽음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생명현상이기 때문에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날그날 헛되이 살지 않으면 좋은 삶이 될 것입니다…한밤중에 일어나(기침이 아니면 누가 이런 시각에 나를 깨워주겠어요)
벽에 기대어 얼음 풀린 개울물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으면 이 자리가 곧 정토요 별천지임을 그때마다 고맙게 누립니다…'
2003년에 제게 주신 글을 다시 읽어봅니다. 어쩌다 산으로 새 우표를 보내 드리면
마음이 푸른 하늘처럼 부풀어 오른다며 즐거워하셨지요.
바다가 그립다고 하셨지요. 수녀의 조촐한 정성을 늘 받기만 하는 것 같아 미안하다고도 하셨습니다.
누군가 중간 역할을 잘못한 일로 제게 편지로 크게 역정을 내시어 저도 항의편지를 보냈더니 미안하다 하시며
그런 일을 통해 우리의 우정이 더 튼튼해지길 바란다고, 가까이 있으면 가볍게 안아주며 상처 받은 맘을 토닥이고 싶다고,
언제 같이 달맞이꽃 피는 모습을 보게 불일암에서 꼭 만나자고 하셨습니다.
이젠 어디로 갈까요, 스님. 스님을 못 잊고 그리워하는 이들의 가슴속에 자비의 하얀 연꽃으로 피어나십시오.
부처님의 미소를 닮은 둥근달로 떠오르십시오
- 이해인 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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