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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것은 아름답다

고운남 2010. 2. 13. 13:03

 

 

 

 살아있는 것은 아름답다

 

살아 있는 것은 아름답다

아무리 작은 것이라고 할지라도 살아 있는 것은

아름답다

모든 들풀과 꽃잎들과 진흙 속에 숨어사는

것들이라고 할지라도,

그것들은 살아 있기 때문에 아름답고 신비하다

바람도 없는 어느 한 여름날,

하늘을 가리우는 숲 그늘에 앉아보라

누구든지 나무들의 깊은 숨소리와 함께

무수한 초록잎들이 쉬지 않고 소곤거리는 소리를

들을 것이다

이미 지나간 시간이 아니라 이 순간에,

서 있거나 움직이거나 상관없이 살아 있는 것은

아름답다

오직 하나, 살아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것들은 무엇이나 눈물겹게 아름답다

                             

도종환 엮음『부모와 자녀가 꼭 함께 읽어야 할 시』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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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시는 살아있는 모든 것은 ‘아무리 작은 것이라고 할지라도’ ‘살아 있다는 이유만으로’ ‘아름답고 신비하다’는 그 말밖엔 없다. 그리고 그 말은 어디선가 많이 들어왔던 터라 그리 새삼스러울 게 없는 진부한 내용이다. 그런데 도종환 시인이 ‘부모와 자녀가 꼭 함께 읽어야 할 시’에 포함하여 소개한 걸 보면 교육적이며 좋은 말씀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양성우 시인은 지난해 8월, 연봉 1억에 차관급 대우를 받는 국내 유일의 출판 관련 정부기관인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장에 취임하여 현재까지 직을 수행하고 있다. 당시 취임소감에서 ‘책을 가장 많이 읽는 국민의 나라’ 만드는 데 앞장서겠다고 했다. 문화의 힘과 지식이 성장 동력으로 국가경쟁력이 되는 시대에 책과 독서의 중요함을 더 말해 무엇 하랴. 독서 선진국이 곧 문화 선진국이고 경제 선진국으로 가는 첩경인 까닭이다.

 

 사실 ‘간윤’의 주 설립 목적은 간행물의 유해성 여부를 심의하여 유해간행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자는 데 있었다. 그러나 이제 심의가 별 의미 없는 시대라 더 이상 그것에 방점을 찍기가 힘들어졌다. 올해부터는 '심의'가 아닌 '진흥'으로 그 정체성이 바뀌면서 그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담당해 온 ‘우수도서 및 학술도서 선정에 관한 업무’도 ‘간윤’으로 이관되었다.

 

 이에 따라 ‘이달의 읽을 만한 책’선정, ‘책 함께 읽자’낭독회 주관, 가을 독서문화축제 개최 등 출판과 독서문화진흥 사업과 그밖에 독서소외계층을 위한 지원 사업 등도 포함되어 있다고 하니 기존의 ‘문화예술 위원회’의 일과 상당부분 중복되거나 문예위의 업무가 잠식되었음을 알 수 있다. 실용과 효율을 강조하는 정부의 정책기조에 비춰보면 일면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바람직하기로는 기구의 통폐합이지만 지금 두 위원장 체제의 파행으로 치닫고 있는 ‘문예위’나, 과거 평민당 의원 시절 백화점 앞 도로변에서 주차위반 딱지를 뗐다 하여 단속 의경에게 노발대발 고함을 지른 ‘에피소드’를 기억하고 있는 양 위원장이기에 이래저래 정부의 문화정책에 신뢰를 갖기는 어렵다. 그러나 기왕 맡겨진 소임이기에 구태의연하지 않고 ‘살아있는’ 정책을 골고루 펴서 우리 독서 문화 창달에 크게 기여하길 기대해 본다.

 

 

ACT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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