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꾼이 물러서면 붕어는 다가온다 붕어를 낚으러 간 낚시꾼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붕어의 사냥터를 점거하고 배고픈 붕어를 쫓아버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낚시꾼이 먼저 물가에 앉기 때문에 그 곳에 올 붕어를 만나지 못하고 붕어가 매일 밤 가장자리로 온다는 사실조차 감지하지 못하게 된다. 새우와 참붕어가 우글대는 ‘식당’에 받침대를 꽂고 살림망까지 떡 하니 걸쳐놓고 있는데 붕어들이 접근하겠는가. 어떤 꾼들은 의자를 끌어당겨 물속에 넣기도 한다. 붕어를 못 쫓아서 안달하는 셈이다. 붕어낚시의 가장 큰 적은 저수온도 강풍도 불빛도 아니다. 바로 낚시꾼, 나 자신이다. 따라서 최선의 낚시는 곧 나 자체를 저수지에서 삭제하는 것, 아무런 인공 없이 자연 그대로의 생태계를 유지하는 것, 끊겼던 풀벌레의 노래가 다시 울리고 새우들이 얕은 물가로 기어오르며 풀밭에서 붕어들이 다시 뛰어 놀게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갓낚시다. 가방을 메고 물가로 다가갈 때 흙탕물을 일으키며 달아나는 붕어를 목격한 적이 있을 것이다. 붕어는 사람만 없으면 가로 나온다. 하필 자리를 비운 사이에 입질했거나 낚싯대 앞으로 다가갈 때 살림망 속 붕어들이 튀는 광경도 보았을 것이다. 붕어들이 인기척에 민감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사례다. ‘어둔 밤에는 낮보다 경계심이 덜하다’고 여기는 사람도 있으나 그것은 상상일 뿐 붕어는 물의 진동으로 뭍의 침입자를 알아채기 때문에 어둡다고 해서 은폐되진 못한다. 인기척을 없애는 방법은 무엇일까? 물가에서 멀리 떨어지는 것뿐이다. 물가에 붙어 앉아선 아무리 조심하고 정숙해도 물속으로 전달되는 인기척을 차단할 수 없다. 어릴 때 시골에서 자랐다면 마당에 콩이나 볍씨를 뿌려놓고 그 위에 소쿠리를 세운 채 작대기에 긴 실을 연결해놓고 참새가 모여들기를 숨죽이고 기다린 적 있을 것이다. 만일 멀리 숨지 않고 소쿠리 옆에 앉아 있으면 참새가 모여들리 없다. 갓낚시란 그 참새소쿠리와 똑같은 원리. 즉 물가에서 3~5m 훌쩍 물러나 멀리서 긴대로 찌를 던진 다음 어둠 속에 ‘나’를 숨기는 것이다. 보통 꾼들이 2칸대로 붕어를 낚는 자리가 있다면 갓낚시에선 훨씬 뒤로 물러나서 3칸대나 3.5칸대를 사용한다. 그리고 더 얕은 곳에 미끼를 놓는다. 바로 그것만으로 월척 확률은 몇 배 높아진다. 붕어가 인기척에 얼마나 민감한가는 똑같은 연안에 3칸대와 4칸대를 나란히 비껴 쳤을 때 4칸대의 씨알과 마릿수가 늘 월등하다는 사실에서도 나타난다. 붕어는 꾼들의 연인이라 했던가. 다가가면 멀어지고 돌아서면 다가온다. 낚시의 본질은 유인(誘引). 쫓아가지 말고 거리만 유지하면 어둠 속 연인은 너무 쉽게 다가온다.
출처: 서찬수의 갓낚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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