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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가지(いろいろ)

모로미 사케(もろみ さけ)

고운남 2009. 10. 19. 14:02

 

 

막걸리 예찬(禮讚)

 

중국 송(宋)의 이방(李昉)이 찬(撰)한 태평어람(太平御覽)에는

양(梁)나라 때 장쑤성(江蘇省) 곡아현(曲阿縣)의 고려산(高麗山) 아래에서

고구려여인이 빚은 곡아주(曲阿酒)라는 맛이 좋기로 유명한 고구려의 술이 나온다.

 

신라의 술(新羅酒)은 당나라의 부자들은 해안 사람들을 고용해

신라를 왕래하는 뱃사람들을 통해 구하려고 했을 만큼 맛이 좋았는데

당(唐) 때의 시인 이상은(李商隱)은 그의 시에 

“한 잔 신라주의 기운이 새벽바람에 수이 사라질까 두렵구나.”고 읊었다.


일본고대 문헌인 고지키(古事記)에 오진(應神)천황 때

백제에서 수수보리(須須保利)가 와서 누룩으로 술 빚는 법을 처음으로 전하고

일본의 주신(酒神)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적혀있는데

백제의 술 맛은 오진천황의 시에 잘 나타나 있다.

“수수보리가 빚어 준 술에 내가 취했네.

마음을 달래주는 술, 웃음을 불러주는 술에 내가 취했네. “


이웃국가인 중국과 왜에서 명주(名酒)로 유명세를 탔던 삼국(三國)의 술이

누룩을 발효시킨 양조주라고 추정 할 수 있지만 막걸리였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이규보의 시에 “나그네 창자를 박주(薄酒)로 푼다.”와

이달충의 시에 “뚝배기 질그릇에 허연 막걸리”라는 대목에서와 같이

막걸리는 고려 때의 문헌에서 처음으로 등장한다.


곡주(穀酒)가 익어 청주(淸酒)와 술지게미로 나누기 전에

막 걸러서 만든 술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인 막걸리는 이명(異名)도 여러 가지로

질감이 탁하다 하여 탁주(濁酒), 색깔이 희다 하여 백주(白酒),

집집마다 담가 먹는다 하여 가주(家酒), 서민이 마셔온 술이라 하여 향주(鄕酒)

농사지을 때 새참으로 필수라 하여 농주(農酒) 등으로 불린다.

 

막걸리를 모주(母酒)라고도 부르는데

광해군에 의해 제주로 유배를 당한 인목대비의 어머니 노씨(盧氏)부인이

술지게미를 재탕하여 만든 막걸리를 섬사람들에게 나누어준 것이 그 유래다.

 

요즘 일본에서 한국의 막걸리가 인기라는 기사에

부드러운 막걸리의 매력에 빠진 젊은 여성층으로부터 시작된 인기가

이제는 이자카야(居酒屋)의 단골 메뉴가 되었다고 한다.


니고리자케(濁り酒), 도부로쿠(濁醪), 모로미(毛呂美), 가즈고메(加順古女)와 같은  

한국의 막걸리와 유사한 일본의 막걸리가 있었으나

지금은 유명무실할 뿐만 아니라 우리의 막걸리와는 맛의 차원이 다르다.


백제에서 술을 전한 지 1700여년이 지난 이 때에

다시금 우리의 술이 일본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는 뉴스를 접하며

유명 양주(洋酒)가 허세의 대상으로 자리 잡고 있는 현실에 속이 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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