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생돌쭌
옛날 옛적 우리마을에 처음 전기가 들어올 무렵 본문
옛날 옛적 우리 고향 마을에 처음 전기가 들어올 무렵.
송찬호
마당가 분꽃들은 노랑 다홍 빨강 색색의 전기가 들
어온다고 좋아하였다
울타리 오이 넝쿨은 5촉짜리 노란 오이꽃이나 많
이 피웠으면 좋겠다고 했다
닭장 밑 두꺼비는 찌르르르 푸른 전류가 흐르는 여
치나 넙죽넙죽 받아먹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리고 가난한 우리 식구들, 늦은 저녁 날벌레 달
려드는 전구 아래 둘러앉아 양푼 가득 삶은 감자라도
배불리 먹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해 여름 드디어 장독대 옆 백일홍에도 전기가 들
어왔다
이제 꽃이 바람에 꺾이거나 시들거나 하는 걱정은
겨우 덜게 되었다
궂은 날에도 꽃대궁에 스위치를 달아 백일홍을 껐
다 켰다 할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