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생돌쭌

아배생각 본문

좋은글(いいぶんしょう)

아배생각

고운남 2009. 6. 4. 09:59

                                                                                            

 

 

아배 생각


-안상학


뻔질나게 돌아다니며
외박을 밥 먹듯 하던 젊은 날
어쩌다 집에 가면
씻어도 씻어도 가시지 않는 아배 발고랑내 나는 밥상머리에 앉아
저녁을 먹는 중에도 아배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니, 오늘 외박하냐?
-아뇨, 올은 집에서 잘 건데요.
-그케, 니가 집에서 자는 게 외박 아이라?


집을 자주 비우던 내가
어느 노을 좋은 저녁에 또 집을 나서자
퇴근길에 마주친 아배는
자전거를 한 발로 받쳐 선 채 짐짓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야야, 어디 가노?
-예……. 바람 좀 쐬려고요.
-왜, 집에는 바람이 안 불다?


그런 아배도 오래 전에 집을 나서 저기 가신 뒤로는 감감 무소식이다.


'좋은글(いいぶんしょう)' 카테고리의 다른 글

6월이오면  (0) 2009.06.06
옛날 옛적 우리마을에 처음 전기가 들어올 무렵  (0) 2009.06.04
6월(김용택)  (0) 2009.06.04
앤디워홀 작품  (0) 2009.06.03
오로교적비  (0) 2009.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