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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いいぶんしょう)

마을은 맨천 구신이 되어/백석

고운남 2010. 1. 13. 09:43

 

 

 마을은 맨천 구신이 되어

 

나는 이 마을에 태어나기가 잘못이다

마을은 맨천 구신이 돼서

나는 무서워 오력을 펼 수 없다

자 방 안에는 성주님

나는 성주님이 무서워 토방으로 나오면 토방에는 디운구신

나는 무서워 부엌으로 들어가면은 부엌에는 조앙님

 

나는 뛰쳐나와 얼른 고방으로 숨어버리면 고방에는 또 시렁에 데석님

나는 이번에는 굴통 모통이로 달아가는데 굴통에는 굴대장군

얼혼이 나서 뒤울안으로 가면 뒤울안에는 곱새녕 아래 털능구신

나는 이제는 할 수 없이 대문을 열고 나가려는데 대문간에는 근력세인 수문장

 

나는 겨우 대문을 삐쳐나 바깥으로 나와서

밭마당귀 연자간 앞을 지나가는데 연자간에는 또 연자망구신

나는 고만 디겁을 하여 큰 행길로 나서서 마음을 놓고 화리서리 걸어가다 보니

아아 말 마라 내 발뒤축에는 오나가나 묻어 다니는 달걀구신

마을은 온데간데 구신이 돼서 나는 아무 데도 갈 수 없다.

-백석-

 

얼혼이 나서 : 얼과 혼이 나가서

화리서리 : 마음 놓고 걸어가는 모습을 나타낸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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