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생돌쭌
고목 나무는 옮겨 심지 않는다.2 본문
친구 찾아 삼만리 헤매지 않고 혼자서도 기가 막히게 잘 노는 사람
많은 어르신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이 바로 고독사와 외로움입니다.
그래서 하루라도 약속이 없으면 불안해하고
전화기를 붙들고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전화를 돌립니다.
"어이 김 씨, 밥 한번 먹자"라며 불러내지만 막상 만나면 어떻습니까?
별 영양가도 없는 옛날이야기, 자식 자랑,
아픈 이야기만 도돌이표처럼 반복하다가 헤어집니다.
집에 돌아오면 오히려 속이 텅 빈 것처럼 더 공허해집니다.
하지만 진짜 팔자 좋은 노년은 타인에게 내 행복을 구걸하지 않습니다.
이분들에게는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혼자 하는 놀거리가 넘쳐납니다.
남들이 보면 '저 노인네 혼자서 처량하게 뭐 하는 건가' 싶겠지만 천만의 말씀입니다.
그들은 지금 누구보다 치열하고 재미있게 자신만의 인생을 즐기고 있는 중입니다.
혼자 노는 것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완전한 자유입니다.
누구 눈치 볼 필요 없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습니다.
텃밭에 나가서 상추며 고추 모종 심어 놓고 자식 돌보듯 물 주고 잡초 뽑으며 식물들과 대화합니다.
누가 보면 미친 사람 같겠지만 흙 만지며 생명을 키우는 그 기쁨은 골프 치는 것보다 훨씬 쏠쏠합니다.
또 어떤 분들은 서예를 배우거나 악기를 배웁니다.
평생 일만 하느라 굳은 손가락으로 기타 줄을 튕기고 색소폰을 불어댑니다.
삑삑거리는 소리가 나도 창피할 게 없습니다.
관객은 오로지 나 하나뿐이니까요.
요즘은 세상이 좋아져서 선생님을 따로 모실 필요도 없습니다.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방구석이 바로 문화 센터가 됩니다.
유튜브를 켜면 요리, 역사, 건강, 노래 교실까지 세상 모든 지식이 쏟아집니다.
임영웅 노래 따라 부르며 박수 치고 새로운 요리 레시피 배워서
혼자 뚝딱 만들어 먹는 재미에 푹 빠져삽니다.
친구 만나서 남 흉보는 시간에 영어 단어 하나 더 외우고 좋은 글귀 필사하며
마음 수양하는 것이 훨씬 남는 장사라는 것을 이분들은 이미 깨달았습니다.
혼자 잘 노는 사람은 기다림의 고통을 모릅니다.
친구가 전화 안 해 준다고 서운해할 틈이 없습니다.
오히려 "아이고 오늘은 날씨도 좋은데 뒷산에 가서 야생화 구경이나 실컷 해야겠다" 하며 배낭 매고 훌쩍 떠납니다.
산새 소리 듣고 맑은 공기 마시며 걷는 그 시간이 신선놀음이 따로 없습니다.
옆에서 잔소리하는 사람도 없고 발걸음 재촉하는 사람도 없으니 천천히 걷다가 쉬다가,
그야말로 자연과 내가 하나가 되는 시간을 만끽합니다.
고독력, 즉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는 힘이야말로 노년의 가장 큰 무기입니다.
친구가 없어서 혼자인 것과 혼자 있는 시간을 스스로 선택해서 즐기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전자는 처량한 독거노인이지만 후자는 품격 있는 자유인입니다.
남에게 의존하면 서운함과 배신감이 뒤따르지만,
나 자신과 놀면 배신당할 일이 없습니다.
내가 나를 가장 잘 알고 내가 나를 가장 즐겁게 해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진짜 팔자 좋은 사람은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시장통 같은 모임이 아니라 고요한 내 방,
평화로운 산책길, 몰입할 수 있는 취미 생활 속에 있습니다.
오늘 하루 약속이 없다고 우울해하지 마십시오.
그 시간은 신이 당신에게 선물한 온전한 자유 시간입니다.
그 귀한 시간을 남을 위해 낭비하지 말고 오직 나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이기적으로 쓰십시오.
혼자서도 잘 노는 당신이 바로 이 구역의 진정한 챔피언입니다.
4) 내일 먹을 쌀 걱정 없이 두 다리 뻗고 돈 걱정 없이 잠드는 사람
옛말에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고 했지만, 그건 밥은 먹고 살 때 이야기입니다.
늙어서 돈 없으면 개똥밭이 아니라 생지옥이 따로 없습니다.
우리가 노년을 두려워하는 가장 큰 이유가 무엇입니까?
아픈 것도 서럽지만 아픈데 돈이 없어서 병원을 못 가는 그 비참함,
자식들한테 손 벌려야 하는 그 구차함 때문 아닙니까?
그래서 진짜 팔자 좋은 노년은 빌딩 가진 부자도 권력 가진 정치가도 아닙니다.
그저 매달 생활비 걱정 안 하고 내일 밥상 걱정 안 하고 편안하게 잠자리에 들 수 있는 사람입니다.
돈 걱정 없다는 게 꼭 수십억 자산가를 의미하는 건 아닙니다.
내 분수에 맞게, 내 생활 규모에 맞게 쓸 돈이 딱딱 준비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남들처럼 해외여행은 못 가더라도 동네 친구 만나서 국밥 한 그릇 사 먹을 돈이 주머니에 있고,
손주 녀석 오면 쥐여줄 용돈 몇 만 원이 지갑에 있으면 그게 바로 부자입니다.
반면, 수십억짜리 집에 깔고 앉아 있어도 당장 쓸 현금이 없어서
벌벌 떨며 사는 사람은 마음이 가난한 거지입니다.
특히 나이 들면 돈 나갈 구멍은 왜 그렇게 많은지 숨만 쉬어도 돈입니다.
젊을 때는 몸으로 때우면 됐지만 늙으면 다 돈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무릎 아프면 도우미 써야 하고 밥하기 힘들면 반찬 사 먹어야 합니다.
이게 다 돈입니다.
그런데 통장 잔고가 바닥을 보이면 불안해서 잠이 안 옵니다.
밤새 천장만 바라보며 '내일 관리비는 어떻게 내지?
약값은 또 얼마나 나오려나?'
걱정하다 보면 속이 타 들어갑니다.
그래서 진짜 지혜로운 사람은 젊어서부터 혹은 은퇴 전부터
이 마음 편한 잠자리를 위해 독하게 준비한 사람입니다.
자식이 사업한다고 손 벌려도 "내 노후 자금은 건드리지 마라"고 매몰차게 거절하고,
친구가 빚보증 서 달라고 해도 "난 친구도 잃고 돈도 잃기 싫네!" 하고 딱 잘라낸 사람입니다.
그때는 독하다, 이기적이다 소리 들었을지 몰라도 지금 와서 보면 그 사람이 승리자입니다.
자식한테 짐 안 되고 친구한테 밥 얻어먹지 않아도 되니 얼마나 당당하고 떳떳합니까?
돈이 있으면 자존감도 지켜집니다.
병원 가서 의사 선생님한테 "비급여 검사도 다 해 주세요"라고 말할 수 있는 그 여유,
시장 가서 과일 살 때 흠집 난 떨이 안 고르고 싱싱한 제철 과일 고를 수 있는 그 배포,
이게 다 내 주머니에서 나옵니다.
반대로 돈 없으면 사람이 위축되고 작아집니다.
아파도 그냥 "늙어서 그래" 하고 참고 먹고 싶은 거 있어도 침만 삼키게 됩니다.
어떤 분들은 "죽으면 싸짊어지고 갈 것도 아닌데 아껴서 뭐 하냐"라고 합니다.
맞습니다. 갈 때는 빈손으로 갑니다.
하지만 살아 있는 동안은 돈이 있어야 사람 구실을 합니다.
내가 죽기 전날까지 내 통장에 잔고가 남아 있어야
자식들도 나를 상속해 줄 재산이 있는 부모로 대우해 줍니다.
다 퍼주고 빈털터리 되면 그때부터는 부양 의무라는 짐짝 취급을 받기 십상입니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내 손에 쥐여진 돈 절대 놓지 마십시오.
자식에게 미리 유산 물려주지 마시고 죽을 때까지 내가 쥐고 쓰십시오.
최고의 상속은 내가 내 돈 다 쓰고 자식들에게 빚 안 남기고 깨끗하게 가는 것입니다.
오늘 밤 돈 걱정에 뒤척이지 않고 "그래, 나 죽을 때까지 밥 굶을 일은 없다"라고 안도하며 코 골고 잘 수 있는 당신,
그거야말로 전생에 나라를 구한 상팔자 중에 상팔자입니다.
5) 내 머리가 시키는 대로 내 몸이 군말 없이 따라주는, 몸이 말을 잘 듣는 사람
세상에서 가장 답답하고 서러운 일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내 정신은 멀쩡한데 내 몸이 고장 난 기계처럼 내 말을 안 듣는 것입니다.
머리로는 '화장실 가야지' 하고 100번을 명령했는데 다리가 천근만근 움직이지 않아
그 자리에서 실수를 하고 마는 상황, 이것만큼 인간의 존엄을 무참히 짓밟는 일은 없습니다.
그래서 70, 80이 넘어서도 내 발로 씩씩하게 걸어서 화장실 가고
내 손으로 밥숟가락 떠서 입에 넣을 수 있는 사람이 진짜 재벌이고 황제입니다.
우리가 젊었을 때는 건강이 당연한 건 줄 알았습니다.
밤새 술 마셔도 다음 날 거뜬하게 일어났으니까요.
하지만 늙어 보니 어떻습니까?
몸이 말을 잘 듣는다는 게 얼마나 큰 축복인지 뼈저리게 느낍니다.
돈이 수백억 있으면 뭐 합니까?
최고급 스테이크가 눈앞에 있어도 내 이가 시원찮아서 씹지를 못하고,
그림 같은 별장이 있어도 내 무릎이 아파서 계단 하나를 못 올라가는데 말입니다.
그건 그림의 떡이고 희망 고문일 뿐입니다.
진짜 팔자 좋은 사람은 아침에 눈 떴을 때 "아이고 허리야" 소리는 좀 나와도
벌떡 일어나 이불 개고 물 한 잔 마실 수 있는 사람입니다.
이게 별거 아닌 것 같죠?
요양병원에 가 보십시오.
이 사소한 동작 하나를 못 해서 간병인의 도움을 받아야 하고
기저귀를 차고 누워 계신 분들이 수두룩합니다.
남의 손을 빌려 대소변을 처리해야 하는 순간 인간은 깊은 수치심과 절망을 느낍니다.
자식들이 아무리 효자라도 똥오줌 받아내는 거 하루 이틀이지,
긴 병에 효자 없다고 결국 서로가 지옥이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내 발로 걸어서 경로당도 가고 시장 가서 콩나물값 깎아 달라고 흥정하고
친구 만나 수다 떨 수 있는 여러분은 이미 대한민국 상위 1%의 행운아입니다.
비록 온몸에 파스를 덕지덕지 붙였을 망정
내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 자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먹고 싸는 문제가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엄청난 복입니다.
입맛이 돌아서 밥 한 그릇 뚝딱 비우고 속이 더부룩하지 않게 소화 잘 시키고
아침마다 화장실 가서 시원하게 볼일 보는 것,
이 평범한 일상이 늙으면 기적 같은 일이 됩니다.
변비로 고생해 보신 분들은 압니다.
쾌변 한번 하는 게 로또 당첨되는 것보다 더 기쁘다는 것을 말입니다.
어떤 분들은 "나는 늙어서 주름도 많고 허리도 굽어서 볼품없다"라고 한탄합니다.
천만의 말씀입니다.
굽은 허리로라도 지팡이 짚고 걸을 수 있다면 그 다리는 벤츠보다 훌륭한 자가용입니다.
쭈글쭈글한 손이라도 내 밥상 차릴 수 있다면 그 손은 마법의 손입니다.
병원 특실에 누워 산소호흡기 끼고 있는 재벌 회장님보다
동네 공원에서 뒷짐 지고 어슬렁거리는 김영감이 훨씬 더 성공한 인생입니다.
죽을 때 가져가는 건 돈도 아니고 명예도 아닙니다.
마지막 눈 감는 순간까지 내 몸을 내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었던 기억,
그 건강한 자유야말로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사치이자 행복입니다.
그러니 오늘 하루 내 몸이 내 말을 잘 들어 줬었다면 감사하십시오.
내 다리가 나를 원하는 곳으로 데려다줬고 내 손이 나를 먹여 살렸습니다.
삐걱거리고 쑤셔도 아직 쓸 만한 내 몸, 이 녀석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여러분의 자산입니다.
부디 이 귀한 몸 아껴주고 보듬어주며 남은 인생도 활기차게 걸어 나가시길 바랍니다.
(모셔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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