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생돌쭌
개똥참외 본문
개똥참외
길을 가다가 풀숲에 개똥참외가 열렸습니다.
당신은 지금, 개똥참외에게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눈을 감아 봅시다. 어린 시절의 이야기 하나 떠오르지요? 당신만 발견한 줄 알고 익기만 기다렸는데,
어느 날 가서 보니, 누군가가 따먹어 버린 개똥참외, 생각나지 않습니까?
그리고 동네에 예쁜 꼬마 아가씨 하나가 있어, 저놈이 크면 자기의 각시 삼겠다고 벼르고 있었는데,
어느 날 보니, 다른 마을로 시집을 가 버린 이야기가 생각나지 않습니까?
상상은 추억을 먹고삽니다. 꼬마 아가씨와 개똥참외를 함께 생각하면서 상상해 봅시다.
참외는 아직 익지 않았지요?
개똥참외는 언제나 미완으로 남아 있는 것이니까. 그렇다면, 개똥참외에게 뭐라고 하겠습니까?
꼬마 아가씨에게 뭐라고 하겠습니까?
간단히 한 마디만 해 보십시오. 꼬마 아가씨에게 속삭이듯 개똥참외에게 말해 보십시오.
익기만 해라. 아무도 몰래 찾아 올 테니.
매듭만 만들면 곧바로 시가 됩니다.
익기만 해라
아무도 몰래
찾아 올 테니.
익을 만하여 찾아가면, 그 개똥참외가 있을까요, 없을까요? 아마 없겠지요.
다른 사람도 당신처럼 맡아 놓았을 테니까.
그래서 개똥참외는 아쉬움과 그리움으로 남아 우리의 가슴 저 쪽에서 지금도 고향처럼 익어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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