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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いいぶんしょう)

가을날 -구양숙-

고운남 2015. 11. 7. 10:01

 

 

가을날/ 구양숙

 


못 견디게

생각이 떠나지 않는

그런 날이 있다


더운 눈을 하고

걸어가는 몇 걸음 앞에서

미친 듯이 나뭇잎은 떨어지고

물든 이파리는 또 내 안에도 쏟아져


지금 너도

내 생각 하는구나

그래

가슴이 이리 아리구나

가던 길 멈춰 서게 한다


골목길 돌아 들어서면

낮은 추녀, 길가로 난 봉창

두런두런 식구들 소리 새 나오고

나풀거리는 단발머리 문 열고 나올 듯한데

영 사라져 찾을 길 없는 너 살던 곳


어쩌지 못해 가던 길 그냥 가며

쌓이는 이파리 위에

눈코 입 새기고


너무 오래 품고 있어

형체마저 흐릿한, 그리운

그때 그 목소리도 얹고

그렇게

사람 사는 일도 계절이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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