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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いいぶんしょう)

누군가내게 말을 걸어왔다

고운남 2009. 5. 14.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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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박제천

 

 

안개꽃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안개꽃 뒤에 뒷짐을 지고 선 미류나무도

내게 말을 걸어왔다

그 들판에 사는 풀이며 메뚜기며 장수하늘소도

내게 말을 걸어왔다


나도 누군가에게 그 말을 옮겼다 반짝이는

창유리에게, 창유리에 뺨을 부비는 햇빛에게

햇빛 속의 따뜻한 손에게도 말을 옮겼다

집도 절도 차도, 젓가락도 숫가락도, 구름도 비도

저마다 이웃을 찾아 말을 옮겼다


새들은 하늘로 솟아올라 그 하늘에게,

물고기들은 물밑으로 가라앉아 그 바닥에 엎드려

잠자는 모래에게,

아침노을은 저녁노을에게,

바다는 강에게 산은 골짜기에게

귀신들은 돌멩이에게

그 말을 새겼다


빨강은 파랑에게 보라는 노랑에게, 슬픔은 기쁨에게

도화지는 연필에게, 우리집 예쁜 요크샤테리어종

콩지는 접싯물에게, 태어남은 죽음에게

그리고 나는 너에게.


- 시집 ‘나무사리’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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