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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어가는곳

고운남 2010. 8. 11. 13:01

 

 

 

     


    한 사형수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사형수가 밥을 조금 남겨 벽 한 쪽 구석에 놓아 두었습니다.
    그러자 쥐 한 마리가 쪼르르 벽을 타고 내려와
    눈동자를 초롱초롱 빛내며,
    맛있게 밥을 쪼아먹고 돌아가는 것이었습니다.

    사형수는 그날부터 밥을 먹을 때마다 꼭 쥐가 먹을 밥을 남겨 놓았습니다.
    쥐는 사형수가 주는 밥을 먹으려고 하루도 빠짐없이 벽을 타고 내려왔습니다.
    처음에 쥐는 사형수를 경계하느라
    밥만 먹고 곧장 쥐구멍으로 돌아갔지만,
    차차 시간이 지나자 사형수의 손바닥까지 올라와 편안하게 밥을 먹었습니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사형수와 함께 살기 시작했습니다.
    쥐는 사형수가 '쮜쮜쮜쮜'하고 부르면
    쪼르르 달려가 사형수의 팔이나 다리위로 기어오르며 놀기도 하고
    어떤 때는 사형수가 '뽀뽀'하고 말하면
    그 작은 입술을 사형수의 입을 향해 쭉~ 내밀며 즐거워했습니다.

    사형수는 쥐와 같이 놀면서
    무심한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는 것이 행복했고 외롭지도 않았습니다.
    쥐와 밥을 똑같이 나누어 먹으면서 사식이 들어오면
    사과 한 쪽이라도 공평하게 나누어 먹으면서
    문득 죽음의 공포가 사라지는 것을 느낄 때가 많았습니다.

    시간은 흘렀습니다.
    감옥의 창 밖으로 하얗게 보름달이 떠오른 날 밤
    사형수는 쥐를 감방에 남겨두고 형장으로 끌려갔습니다.
    목에 밧줄이 걸리고 몸이 허공에 덜컹 매달린다고 느껴진 순간,
    사형수는 쥐를 생각하며 눈물이 흘러 내렸습니다.
    배가 많이 고플텐데, 누가 쥐에게 밥을 줄까하는 생각이
    한순간 섬광처럼 지나간 뒤 사형수는 정신을 잃었습니다.

    사형수가 죽은 다음 날,
    한 교도관이 사형수가 살던 방을 정리하러 갔는데
    웬일인지 그 방에는 쥐 한 마리가
    눈가에 눈물을 흘리며 죽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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