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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いいぶんしょう)

감꽃

고운남 2009. 6. 13. 11:08

 

 작년 이맘 쯤이었나요?

툭..투둑..후두둑...

떨어지는 감꽃 아래서 그리운 이름꺼내 흙을 털며 안부를 물었던 게.

 

 

 

 

골풀에 감꽃을 끼워 꽃목걸이 만들어 놀다가

배가 고파오면 하나씩 떼어 먹으며 끼니를 거른 것도 잊은 채

물기젖은 고무신 벗어 들고 들로, 산으로 내달던 유년이 그리운 것은

짧은 여름밤이 주는 어둠 때문만은 아닐 것입니다.

 

 

 

 

익숙해지면...

사랑도,

기쁨도,

행복도...

무뎌진다셨지요?

 

나이들면 둔해지는 혓바닥처럼.

 

 

 

 

다시 감꽃피는 계절이 왔습니다.

함께 뛰놀던 동무들은 어딘가에서 살고 있거나, 혹은 죽고

풀기꺽인 나도 때론 지친 육신을 나무등걸에 기대기도 하며

언덕을 오르는 낯선 이의 손을 잡아 끌어주기도 하는,

느슨한 삶에 익숙해져 가고 있습니다.

 

넘치는 열정은 있었으되, 주변을 핑계삼아

치열하게 담금질 한번 못했다는 젊은 날의 회한과, 

이루지 못한 꿈으로 불편했던 마음도 이젠 다 옛 말이 되어 갑니다.

 

...

많은 이들이 

자신은, 혹은 자신의 피붙이들은

찬란하기를 바라지만

모두가 원하는 상류층이 된다면 상류층의 의미는 무엇이 될까요?

'나'는...'내 새끼'는 하는 마음 때문에

세상은 갈수록 거칠어지고 이기적이며 무례한 곳이 되고 있는 게 아닐까...

 

 

 

 

 

 

내 아이들을

상류층으로 만들기 위해

밟고 밟아 더 높은 곳으로 올려주기 위해

노력하지 못하고,

노력하지 않으면

그러면... 정말 나처럼 피곤하게 살게 될까요?

 

우리가 나누었던 많은 것들 중 하나,

삶이 윤택해야만 행복한 것인가에 대한...

 

처음처럼~

그 마음으로 돌아가기,

아니...

다시 그 마음임을 깨닫기.

 

 

 

 

푸르게 빛나는 생명의 몸짓,

헤어진 것이 헤어진 게 아니고

만나는 것이 끝없이 만나는 것이 아니듯,

언젠가는 다들 추억으로 묻히거나 묶일 시간들.

 

세상은 말하잖아요? 

살아있는 오늘이 새롭고

지금 이 자리가 꽃자리이며, 

이 순간이 내 생애 최고의 날이라고.

 

여전히

사랑할 것들이 너무 많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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