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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소 '괴짜사장' 야노 히로타케

고운남 2025. 12. 3. 08:59

다이소 '괴짜사장' 야노 히로타케 


일본 다이소 창업자 야노 히로타케(矢野博丈, 1943~2024)의

인생은 길거리 노점상에서 출발해 세계 유통의 방식을 바꾼 인생 이야기다. 

그는 히로시마현에서 의사들이 즐비한 엘리트 가정의 셋째 아들로 태어났지만,

가족 중 유일하게 성적이 뒤쳐진 아들이었다. 

대학 입시에서는 수차례 낙방했고, 주변의 기대에서도 벗어난 인물이었다. 

 

그는 훗날 이렇게 회고했다.

“운도 재능도 없는 사람이라 여겼다. 그래서 더 밑바닥에서 시작할 수 있었다.”

그 말처럼, 야노의 인생은 실패의 연속이었으나 그 실패들이 결국 ‘다이소식 경영 철학’을 빚어냈다.

도쿄 주오대 야간부 토목공학과를 간신히 졸업한 그는 장인의 양식업을 

이어받았다가 불과 3년 만에 파산했다. 

이후 백과사전 외판, 볼링장 직원, 골판지·제지 수집업 등 닥치는 대로 일을 전전하며 생계를 유지했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1972년, 그는 트럭 한 대를 몰고 일본 전역을 돌며 생활용품을 파는 이동 노점상을 시작했다. 

이름하여 ‘야노상점’.

 

그는 트럭 뒤칸을 열고 물건을 진열하며,

비 오면 덮고 해 뜨면 다시 펼치는 삶을 살았다. 

표지판도, 계산대도 없는 완전한 길거리 상인이었다. 

어느 날, 한 손님이 물었다.

“이건 얼마예요?”

너무 많은 손님들이 몰려 가격을 묻는 통에 귀찮아진 그는 즉흥적으로 대답했다.

“전부 100엔이에요!” 그 한 마디가 일본 유통사의 전환점이 되었다.

가격표를 붙일 시간도, 계산기를 두드릴 여유도 없던 현장에서 나온 이 ‘즉흥의 발상’은 이후 균일가 전략으로 발전한다.

 

야노는 1977년 회사를 ‘다이소산업(大創産業)’으로 법인화하며 100엔 균일가 사업을 본격화했다.

초창기에는 “싸구려나 파는 잡화점”이라는 조롱을 들었지만,

그는 품질을 높이고 제품을 직접 기획하며 싸면서도 

쓸 만한 물건을 만들어냈다. 

 

‘100엔 숍 = 저품질’이라는 인식을 완전히 뒤집은 것이다.

그의 성공 비결은 단순했다.

첫째, 운영의 단순화 모든 가격을 하나로 통일해 진열, 재고, 계산의 효율을 극대화했다.

둘째, 충동구매의 심리 설계 가격이 동일하니 비교가 사라지고, 소비자는 ‘하나 더 집게’ 된다.

셋째, 대량조달 체계 구축 일본과 해외의 제조업체들과 협력해 단가를 낮추고 품질을 끌어올렸다.

 

이 세 가지가 맞물리며 다이소는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1991년 가가와현 다카마쓰에 첫 직영 매장을 낸 뒤 전국으로 퍼졌고,

일본 내 100엔숍 문화를 완전히 자리 잡게 했다.

싸지만 ‘가볍지 않은’ 브랜드 다이소는 그렇게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

 

한국 다이소의 출발은 1997년, 서울 천호동의 작은 생활잡화점이었다.

박정부 회장이 이끄는 아성산업이 일본 다이소와 손잡고 

2001년 합작법인 '아성다이소’를 설립하면서 본격화된다. 

일본 다이소는 약 38억 원을 투자해 34.21%의 지분을 확보했다.

 

IMF 외환위기 직후였던 당시, 

“천 원이면 다 살 수 있다"는 콘셉트는 얼어붙은 소비심리에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일본 다이소의 균일가 시스템과 한국인의 유통 감각이 결합하면서 ‘천 원 숍’ 문화는 전국적으로 퍼졌다.

 

이후 20여 년이 지나 2023년,

아성HMP가 일본 다이소의 지분 34.21%를 약 5,000억 원에 인수하며

완전한 국내 기업으로 전환되었다. 

단순 계산만 해도 일본 다이소의 초기 투자금 38억 원이 5,000억 원으로 불어난 것이니,

무려 131배의 수익을 거둔 셈이다.

이는 일본 기업사에서도 손꼽히는 해외 투자 성공 사례로 기록된다.

 

야노 히로타케는 

죽는 날까지  “기업은 언제든 망할 수 있다”고 말하곤 했다.

그는 화려한 경영이론보다 불편을 없애는 단순함을 중시했다.

“나는 경영을 배운 적이 없다. 

단지 불편을 해결하려 했을 뿐이다.”

 

트럭에서 시작한 ‘불편의 해결’은 다이소의 경영철학으로 이어졌고, 

그 철학은 국경을 넘어 한국에서도 통했다.

2024년 2월 12일, 그는 향년 80세로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지금도 다이소 본사 창고 한쪽 벽에는 이런 문구가 붙어 있다고 한다.
 
“트럭 한 대에서 시작했다.”

그 말은 다이소의 역사이자, 야노 히로타케라는 인물의 인생 요약이다.

의사 가문의 사고뭉치 아들이, 길거리 트럭 위에서 세상을 바꾼 것이다.

그가 만든 균일가의 철학은 ‘값싼 소비’가 아니라, 불편함을 덜어주는 구조였다.

 

일본 다이소 '괴짜 사장' 야노 히로타케 성공 스토리입니다. 

(모셔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