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
수박 서리
70 년대 초
여름방학을 했지만 놀거리는 아무것도 없었다
낮에는 뒷동산에 올라가 식물채집을 하거나 곤충들을 잡아
친구처름 노는게 전부였고
저녁을 먹고나면 마을앞 당산나무 아래에 모여앉아
모기를 쫓으며 어르신들의 귀신 이야기를 듣다가
졸리면 집으로 향하곤 했다.
그러던 어느날
마을 뒷편에 수박이 심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친구들 몇 명이서 야심한 밤에 펜티 차림을 하고
슬슬 기어서 수박 밭으로 향했다,
수박밭 주위에는 옥수수가 심어져 있어
원두막 주인 할아버지의 눈에 띄지 않았다.
수박을 큰 것으로 골라 따서 양손으로 부둥켜 안고
나오려는 순간
" 야 ! 이놈들아 !" 하는 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려왔다,
얼마나 놀랐는지 수박을 팽개치고 달아났는데
그날따라 어머니의 흰 고무신을 신고 간 탓에 이슬이 묻어
미끌어 지면서 신발 한 짝이 벗겨지고 말았다,
신발 잃어버린 것도 잊은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수박을 들고 온 친구 덕분에
덜 익은 수박으로 배를 채우고 집으로 돌아가 잠을 청하였다.
아침에 일어나니 어머니가 밤새 신발 한 짝이 없어졌는데
멍멍이가 물어갔다며 부지깽이로 멍멍이를 때리고 있었다,
잠시후 마을 앰프에서 방송이 흘러 나왔다.
" 이장(구장)" 입니다
여자 흰 고무신 한 짝을 밭에서 주워 보관하고 있으니
잃어버린 사람은 찾아가세요,
어머니 ! 죄송했습니다
멍멍아! 미안 하구나.
(추억속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