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いいぶんしょう)

어쩌자고 -최영미-

고운남 2016. 3. 30. 11:25

 

어쩌자고/최영미

                                                          날씨 한번 더럽게 좋구나 
                                                     속 뒤집어놓는, 저기 저 감칠 햇빛 
                                                            어쩌자고 봄이 오는가 

                                                          사시사철 봄처럼 뜬 속인데 
                                                      시궁창이라도 개울물 더 또렷이 
                                                                     졸 졸 

겨우내 비껴가던 바람도 품속으로 꼬옥 파고드는데 어느 환장할 꽃이 피고 또 지려 하는가 죽 쒀서 개 줬다고 갈아엎자 들어서고 겹겹이 배반당한 이 땅 줄줄이 피멍든 가슴들에 무어 더러운 봄이 오려 하느냐

어쩌자고 봄이 또 온단 말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