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いいぶんしょう)

낙동강-윤일현-

고운남 2011. 6. 24. 11:17

 

 

 

낙동강

            -윤일현-

'장마철'

밤새 퍼부은 비로

학교 앞 샛강 넘치는 날은

학교에 가지 않아도

결석으로 처리되지 않았다




그런 날은

누나를 졸라서

사카린물 풀어먹인

밀이나 콩 볶아




어금니 아프도록 씹으며

주룩주룩 쏟아지는 비를 바라보거나

배 깔고 엎디어 만화책을 볼 때면

눅눅하고 답답한 여름장마도




철부지 우리에겐 즐겁기만 했고

아버지 수심에 찬 주름진 얼굴도

돌아서면 우리와 상관없는 일이라

형과 나는 은밀한 눈빛으로




내일도 모레도 계속 비가 내려

우리 집만 떠내려가지 말고

샛강물은 줄지 않기를

낄낄거리며 속삭이곤 했다





어른이 된 지금도

간절히 쉬고 싶을 때는

샛강 넘치는 꿈을 꾼다



출처 - [윤일현님 시집 「낙동강」 중에서]